“산업·의료폐기물도 공공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피해와 대안’ 국회 토론회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 피해 실태와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승현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조직위원장, 하승수 농본 대표, 심수은 블루닷 연구원
김봉국 기자/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매출대비 순이익률이 20~30%입니다. 그러니까 100억 원 매출이면 20억, 30억 원이 순이익입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는 사이에 “산업 폐기물 매립·의료폐기물 소각 같은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수익률이 상당히 높아 대기업과 사모펀드까지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업체는 엄청난 돈을 벌지만 매립이 끝난 뒤 사후관리가 안 되거나 주민 피해가 생기면 결국 정부가 돈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막힌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전국 농촌지역에서 신규 신청 사업계획서가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이미 인허가가 나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신규로 하는 것은 공공이 하도록 하고, 권역별로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해 권역별 처리, 즉 산업 폐기물의 이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피해 실태와 대안 국회 토론회”에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한 말이다. 하 대표는 “산업·의료폐기물 관리를 공공이 책임지지 않고 민간 기업들에 맡기면서, 폐기물 매립과 소각 사업이 민간의 이권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산업·의료폐기물도 생활폐기물처럼 공공이 직접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폐기물’은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이다. 일상생활에서 보통 종량제 수거용 봉투로 배출하는 폐기물은 ‘생활폐기물’이다.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처럼 환경이나 인체에 해로운 폐기물은 ‘지정폐기물’이다. 2021년에 환경부가 발표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보면, 전체 폐기물의 88.5%는 건설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을 포함해 민간에서 처리되는 산업폐기물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과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전체 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의료폐기물 관리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포항과 고령, 청주, 예산, 완주, 강릉, 양양, 화성, 평택 등 전국의 폐기물처리시설 피해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모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매립 끝난 곳에 증설 허가…‘산업폐기물 산’ 계속 높아져”
피해실태 사례발표자로 고일래 ‘오천의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가 경북 포항시의 산업폐기물 매립장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먼저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의 피해 지역 6곳 주민들이 직접 각 지역의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경북 포항시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피해 사례를 발표한 고일래 ‘오천의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는 “경북 포항시는 작년 1월에 매립이 끝난 지정폐기물 매립장에 다시 15m 폐기물을 더 쌓는 증설 허가를 내놓은 상태”라며 “(지역 주민들은) 근처의 언덕보다 더 높은 지정폐기물 산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에코비트그린포항이 운영하는 경북 포항시의 지정폐기물 매립장은 2006년부터 매립을 시작해 원래 허가받은 매립 용량을 채운 뒤 이미 한 차례 증설 허가를 받아 추가 매립을 했다. 그 결과 지하 20m, 지상 25m의 ‘폐기물 산’이 생겨났는데, 올해 7월에 40m 높이로 2차 증설 허가가 났다.
고일래 대표는 “이 시설은 인근 초등학교와 1.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주택단지와 아이들 생활공간에 폐기물 처리시설들이 몰려있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입지 선정부터 환경영향평가, 주변 지역의 보상 관리까지 공공의 영역에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 위험성’ 있는 의료폐기물, 주택가에 불법 방치되기도
경북 고령군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피해 사례를 발표한 정석원 주민대책위원장은 고령군에 있는 ㈜아림환경이 지난 2019년 감염 위험성이 있는 의료폐기물을 전국 16곳에 불법 방치한 사례를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의료폐기물이 지정폐기물 중에서 가장 최상위로 분류되는 이유는 사람에게 감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아림환경은 부산, 김해, 문경, 김천 등 전국 각지의 불법 창고에 의료폐기물을 방치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아림환경은 폐기물 처리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10개월을 받았다. 각자 다른 시기와 장소에 의료폐기물을 불법 보관했는데도 한 업체의 1회 위반으로 보고 1개월 영업정지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 업체는 국가전산망에 폐기물을 소각 완료 처리한 것으로 허위로 입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는 산업폐기물 소각장 인근의 마을 주민 60명이 암으로 사망해 논란이 된 충북 청주시 북이면 주민대표도 참석했다. 북이면은 2021년 기준으로 10년 사이에 산업폐기물 소각장 반경 2km 이내의 주민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그중 절반을 넘는 31명이 폐암으로 숨졌다. 북이면은 올해 소각장의 오염물질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부의 재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북이면 추학리에서 온 유민채 전 이장은 “북이면 주민들은 지금 낙인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피해 지역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심리 지원 프로그램, 지역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주민들의 치유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매립장·소각장부터 공공이 책임져야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새롭게 생겨나는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부터 공공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도 개선방안에 관해 주제 발표를 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현 상황은 산업·의료폐기물로 인한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보고, 이익은 민간 기업이 가져가고, 사후 관리는 공공이 떠안게 되는 기막힌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민간 업체가 폐기물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는데, 매립장이나 소각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국민세금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데 산업·의료폐기물은 왜 민간 기업이 맡고 있느냐는 게 피해 지역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의식”이라며 “신규로 설치되는 매립장과 소각장부터 공공성 있는 주체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인·허가를 받은 민간 업체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새롭게 생기는 시설들부터 사업 주체를 공공성 있는 주체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하 대표는 산업·의료폐기물처리시설을 운영하는 민간 업체의 사후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 대표는 “폐기물 시설의 사후 관리도 민간 기업에 맡겨놓다 보니,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민간 기업들이 과도한 이익을 누리게 할 것이 아니라, 부담금을 매기거나 기금을 만들어서 산업·의료폐기물 때문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고, 안전하게 사후 관리하는 용도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처리시설 특정지역 몰려…산업·의료폐기물 전국적 이동 제한해야”
심수은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연구원은 폐기물처리시설이 고령 인구가 많은 농어촌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이 특정 지역으로 쏠리는 문제도 다뤄졌다. 토론에 나선 심수은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연구원은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에서 지역적 특히 농촌지역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에서 폐기물 처리가 집중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지역일수록 지역 주민들이 폐기물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심 연구원은 “피해 지역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환경부가 공개하는 폐기물 발생 데이터는 지역별로 폐기물량이 구분돼 있지만, 폐기물의 이동 경로는 확인할 수 없다. 심 연구원은 “폐기물 발생량 대비 시설 용량을 알기 쉽게 공개해야 한다”며, 폐기물 발생지 처리의 원칙이 적용된 데이터를 더 쉽게 확보하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승수 대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산업·의료폐기물의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생활폐기물의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료폐기물은 어느 한 지역에서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인·허가받으면 전국 어디서든 폐기물을 반입할 수 있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특정 지역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하 대표는 “폐기물을 근거리에서 처리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폐기물의 전국적인 이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산업·의료폐기물 사업이 공공이 아닌 민간기업 계속 주도일시 시장지배적, 소위 독과점으로 될수 있고, 향후 환경부나 정부 정책사업상 어려움이 발생할것이 분명할것이라면서, 법 개정 및 정부 주도의 안전하고 강력한 폐기물 정책 시급하다 했다.